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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stomer Experience · August 11, 2026

Inclusion and accessibility in citizen experience

장예은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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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구청 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80대 어르신이 화면을 두 번 잘못 누르고, 결국 창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옆에서 시각장애인은 키오스크에 점자가 없어 직원을 불러야 했다. 두 사람 모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설계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 글의 주장은 단순하다. 공공서비스의 접근성은 복지 차원의 배려가 아니라 서비스 설계의 기본 조건이며, 이를 후순위로 미루는 순간 정부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저버리게 된다. 민간 기업은 특정 고객군을 놓쳐도 다른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정부는 예외를 만들 수 없는 유일한 서비스 제공자다. 시민은 불편한 은행을 바꿀 수 있지만, 불편한 정부는 바꿀 수 없다.

공공서비스 접근성은 왜 민간 CX와 다른 문제인가?

공공서비스의 접근성 문제가 민간 기업의 고객경험 문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하나다. 시민에게는 이탈이라는 선택지가 없다. 은행 앱이 불편하면 다른 은행으로 옮길 수 있고, 이는 기업에 시장 압력으로 작동해 개선을 강제한다. 그런데 세금 신고, 여권 발급, 건강보험 등록 같은 서비스는 대체 공급자가 없다. 접근성이 낮아도 이용자는 이탈하지 못하고 그냥 좌절한 채로 남는다.

이 구조적 차이는 정부 기관에 위험한 착시를 만든다. 이탈률이나 매출 감소 같은 신호가 없으니,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용률 저하, 대리인을 통한 우회 신청 증가, 콜센터와 창구의 과부하로 문제가 나타난다. 이 신호들은 흩어져 있어 하나의 KPI로 잡히지 않을 뿐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1년 세계장애보고서(World Report on Disability)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어떤 형태로든 장애를 경험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고령층, 저문해력 계층, 디지털 기기 미보유자, 다문화 배경으로 인한 언어 장벽까지 더하면, "표준적인 시민"을 상정하고 설계된 서비스가 실제로 놓치는 인구는 결코 소수가 아니다. 정부 서비스 설계에서 이 계층을 예외로 취급하는 관행 자체가 통계적으로 이미 틀린 전제 위에 서 있다.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시민을 배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정부는 효율을 약속하지만, 잘못 설계되면 배제를 확대하는 도구가 된다. 디지털 전환의 함정은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과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같은 일로 착각하는 데 있다. 창구를 없애고 앱으로 대체하는 순간, 그 앱을 다룰 수 없는 시민은 서비스 자체에서 사라진다.

행정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패턴이 있다. 예산과 일정에 쫓기는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는 대개 세 단계를 건너뛴다.

  • 실제 사용자 다양성 조사 생략 — 저시력자, 비원어민 화자, 저속 인터넷 환경의 사용자를 테스트 집단에 포함하지 않는다.
  • 대체 경로 폐지 — 디지털 채널을 열면서 기존 오프라인·전화 채널을 동시에 축소해, 선택이 아니라 강제 전환이 된다.
  • 완료 후 접근성 점검 — 접근성 테스트를 출시 이후 '보완 작업'으로 미뤄, 구조적 결함을 사후에 임시방편으로 덮는다.

세 번째 패턴이 특히 치명적이다.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CAG)을 설계 단계가 아니라 배포 이후에 적용하면, 화면 구조와 인터랙션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코드 수정이 아니라 재작업 수준의 비용을 발생시킨다. 접근성은 마감 처리가 아니라 골격이다.

포용적 시민경험은 어떻게 설계하는가?

접근성을 설계에 통합하는 작업은 특별한 별도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정 설계 프로세스 안에 넣는 단계의 문제다. 실무에서 효과가 검증된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배제되는 시민 집단을 명시적으로 정의한다. "모든 시민"이라는 추상적 목표 대신, 시각·청각·인지 장애, 고령층,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계층, 특정 언어 사용자 등 구체적 페르소나를 세운다.
  2. 이들과 함께 실제 여정을 걷는다. 서류 신청, 예약, 민원 제기 같은 실제 과업을 그 집단의 대표 사용자가 직접 수행하는 과정을 관찰한다. 직원이 대신 시연하는 방식으로는 진짜 마찰이 드러나지 않는다.
  3. 모든 접점에 최소 두 개 이상의 경로를 유지한다. 디지털 채널을 추가할 때 기존 채널을 동시에 없애지 않는다. 채널을 줄이는 결정은 별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4. 디폴트 옵션을 포용적으로 설계한다. 큰 글씨, 음성 안내, 쉬운말 요약본을 예외적 옵션이 아니라 기본값으로 설정한다.
  5. 접점별로 마찰 지점을 점수화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모든 것을 동시에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용 빈도가 높고 실패 시 피해가 큰 접점부터 손댄다.
  6. 배포 후에도 실제 이용 데이터를 추적한다. 특정 채널의 완료율이 유독 낮은 인구 집단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정한다.

이 과정은 서비스 디자인의 기본 방법론과 다르지 않다. 다만 공공서비스에서는 "누가 여정을 완료하지 못하는가"를 찾는 작업이 곧 접근성 작업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여정 지도에서 감정 곡선만 보지 말고, 완료율이 인구 집단별로 어떻게 갈리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접점 단위의 진단은 진실의 순간을 찾아내고 고치는 작업과 본질적으로 같은 훈련이다.

어떤 행동경제학 원리가 포용을 만들거나 무너뜨리는가?

디폴트는 정책이다.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2008년 저서 Nudge에서 정리한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ure) 개념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기본값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신청서의 기본 언어, 기본 글씨 크기, 기본 안내 방식이 무엇으로 설정되어 있는지가 실제로 누가 서비스를 완주하는지를 결정한다. "원하면 큰 글씨 모드를 켜세요"라는 옵션형 설계는 이미 그 옵션을 찾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두 번째로 살펴봐야 할 개념은 세일러가 이름 붙인 '슬러지(sludge)'다. 슬러지는 사람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불필요한 절차적 마찰을 뜻한다. 서류를 스캔해서 다시 업로드하게 하는 절차, 여러 창을 오가야 완성되는 신청서, 30분 안에 인증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스템—이런 마찰은 일반 시민에게는 불편이지만, 인지적 부담이 큰 시민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에게는 서비스 이용을 완전히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세 번째는 대니얼 카너먼이 2011년 저서 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설명한 이중처리 이론, 즉 시스템 1(직관적·자동적 사고)과 시스템 2(느리고 분석적인 사고)의 구분이다. 복잡한 행정 언어와 다단계 절차는 시스템 2를 계속 동원해야 하는 구조다. 인지 자원이 이미 다른 스트레스—질병, 실업, 긴급 민원—에 쓰이고 있는 시민에게 이런 설계는 이중의 부담이 된다. 쉬운말 정책은 단순히 '친절한 문체'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누가 서비스를 끝까지 완료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인지 자원의 문제다.

시민은 정부를 해지할 수 없다. 그래서 접근성은 정부에게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이 세 가지 원리를 종합하면 하나의 원칙이 나온다. 접근성은 특별대우가 아니라 설계의 기본값이어야 한다. 별도 메뉴로 넣는 순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장 찾기 어려운 곳에 숨겨두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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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투자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재정 담당 부서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결국 비용이다. 접근성 개선에 예산을 쓰는 것이 정당화되는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자면, 비접근성의 비용은 이미 지출되고 있고, 다만 다른 예산 항목에 숨어 있을 뿐이다.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완성하지 못한 시민은 결국 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창구를 찾는다. 이는 디지털 전환으로 줄이려 했던 바로 그 인건비를 다시 발생시킨다. 신청이 반려되어 재신청하는 경우, 처리 인력의 반복 업무가 늘어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이의 제기나 언론 보도로 이어지면, 그 대응 비용은 애초의 접근성 투자보다 훨씬 크다. 접근성 결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운스트림의 다른 부서로 청구서가 넘어갈 뿐이다.

또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에 서명한 국가들에게 접근성은 이제 규범적 의무이기도 하다. 규제 준수 리스크를 별개로 치더라도,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설계는 대개 전체 시민에게도 더 명확하고 더 빠른 서비스로 귀결된다. 큰 글씨와 명확한 단계 구분은 노년층뿐 아니라 급하게 처리하러 온 직장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접근성 설계는 좁은 집단을 위한 예외가 아니라, 전체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는 지렛대다.

이 논리를 조직 내부에 설득하려면 숫자가 필요하다. 접근성 개선이 창구 방문 감소, 재신청률 하락, 처리 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어야 예산 승인이 따라온다. 이런 논거를 만드는 데는 CX ROI 계산기로 접근성 개선이 만드는 운영 비용 절감을 먼저 추정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접근성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접근성을 진지하게 다루겠다고 선언한 기관도 실행 단계에서 자주 무너진다. 실패의 공통 패턴은 예산 부족이 아니라 조직 설계의 문제다.

  • 접근성을 IT 부서의 체크리스트로 축소한다. 스크린리더 호환성 같은 기술 표준만 지키고, 실제 사용자의 완료 경험은 확인하지 않는다.
  • 한 번의 캠페인으로 끝낸다. '접근성 강화 주간' 같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고, 이후 신규 서비스 설계에는 다시 반영하지 않는다.
  • 담당자가 없다. 접근성 책임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어 아무도 최종 책임을 지지 않는다.
  • 일선 직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 창구와 콜센터 직원은 어떤 시민이 어디에서 막히는지 매일 목격하지만, 이 현장 정보가 설계 부서로 올라가지 않는다.
  • 측정 지표가 없다. 접근성 개선 전후를 비교할 기준선이 없으니, 다음 예산 편성 시기에 이 프로젝트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 다섯 가지를 방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접근성을 별도 이니셔티브가 아니라 기존 여정 설계·조직 거버넌스 체계 안에 편입시키는 것이다. CX 거버넌스 전략 안에 접근성 지표를 상시 항목으로 넣고, 신규 서비스 출시 전 필수 점검 단계로 고정해야 지속된다. 이 구조가 없으면 접근성은 늘 예산이 부족할 때 가장 먼저 잘리는 항목이 된다.

일선 직원의 관찰을 설계에 반영하는 체계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콜센터 상담사와 창구 직원은 사실상 조직에서 가장 정밀한 접근성 센서다. 이들의 소진과 이탈이 늘면 그 감각 데이터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일선 직원 이탈을 줄여 고객경험을 지키는 문제는 접근성 문제와 뿌리가 같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접근성을 미래의 개선 과제로 미루는 조직은 사실 이미 매일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창구의 줄, 반복되는 재신청, 콜센터의 과부하는 모두 같은 근본 원인에서 나온 증상이다.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순서다. 접근성을 설계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첫 질문으로 되돌려 놓는 조직만이 이 비용을 실제로 줄인다.

포용적 시민경험을 향한 첫걸음은 거대한 전환 계획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여정 하나를 골라 "이 절차를 끝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는 순간, 다음에 고쳐야 할 접점이 저절로 드러난다. 정부가 시민을 놓치는 방식은 언제나 조용하다. 항의가 아니라 침묵으로, 민원이 아니라 포기로 나타난다. 그 침묵을 데이터로 바꾸는 조직이, 결국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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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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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on how human behavior shapes the experiences brands deliver — at the intersection of behavioral economics and customer exper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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